인공지능 목소리의 젠더는 누가 결정하는가?

우리는 AI 스피커나 음성 비서와 대화할 때 종종 ‘그녀’라고 말합니다.

“시리야”, “알렉사”, “빅스비” 같은 인공지능 음성 도우미 대부분은 기본 설정으로 여성 목소리를 사용합니다.

이러한 선택은 단순한 기술적 편의일까요, 아니면 사회가 오랫동안 내면화해온 젠더 코드의 반영일까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공지능은 점점 더 사람처럼 말하고, 반응하고,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AI에 ‘성별’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 성별은 대부분 ‘여성’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AI 목소리의 젠더는 누가, 왜 정하고 있는 걸까요?


인공지능의 목소리는 왜 여성일까?

AI 음성 비서가 여성 목소리를 사용하는 이유는 대부분 ‘친숙함’과 ‘부드러움’ 때문이라고 설명됩니다.

다양한 사용자 테스트 결과, 사람들은 남성보다 여성 목소리에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더 신뢰하고, 명령을 내리기에도 편하다고 느꼈다는 것이 기술 개발자들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 논리는 단순한 사용자 경험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배경에는 오랜 시간 누적된 여성은 순종적이고, 보조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젠더 고정관념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즉, AI를 여성으로 설정하는 선택은 우연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의 연장선에 있는 것입니다.


젠더 중립 AI는 가능할까?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일부 기업은 ‘젠더 중립 AI’를 개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엔은 젠더 편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Q’라는 성별이 없는 AI 음성을 제안했습니다.

이 목소리는 여성도, 남성도 아닌 중립적인 음색으로 디자인되어 누구에게도 특정 성별을 부여하지 않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는 여전히 젠더 중립 AI에 낯설어하거나 거부감을 표현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성별이 있는 목소리’에 익숙해져 있으며,

AI라는 비인간적 존재에게조차 젠더를 부여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이 바라보는 AI 젠더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해체하며,

정체성이 기술적,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 관점에서 볼 때, 인공지능의 성별 역시 자연스럽게 결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대와 코드, 그리고 시장 논리가 결합된 결과입니다.


사이보그는 원래 성별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그 기계에게 성별을 부여하고, 그에 따라 역할을 기대하며,

그 기대에 맞는 기능과 외형을 설계합니다.

AI가 여성의 목소리를 갖는 이유는 그것이 사람들에게 더 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느끼도록 길들여져 왔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아닌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AI 목소리의 젠더 문제는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AI에게 여성 목소리를 부여하고, 그 역할을 비서나 보조자로 한정짓는 한,

기술은 계속해서 현실의 젠더 위계를 재생산하게 될 것입니다.


젠더 중립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음색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가진 젠더 코드 자체를 되돌아보고, 해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기술을 비판하거나 거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술이 해방의 가능성을 가지려면,

그 속에 숨은 사회적 편향과 구조를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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