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와 모성: 기술은 돌봄의 주체를 바꾸는가?
돌봄’은 오랫동안 여성의 본능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보살피는 일은 자연스럽게 여성에게 부여된 역할이었고,
그중에서도 **모성(母性)**은 가장 강력한 사회적 이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출산 기술, 보조 생식, 인공 자궁, AI 육아 도우미, 감정 인식 로봇 등
기술이 돌봄의 영역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면서
‘누가 돌보는가’, ‘모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이 변화 속에서
모성과 돌봄 역시 사회적·기술적으로 구성될 수 있는 것이라 말합니다.
즉, 모성은 본능이 아니라 선택되고 수행되는 관계의 양식입니다.
기술이 출산과 양육을 대신할 수 있을까?
이미 많은 부모들은 기술의 도움으로 육아를 하고 있습니다.
유아용 CCTV, 수면 분석 앱, 자동 젖병 살균기, 육아 로봇 등
다양한 기술이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양육’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부모가 아닌 이들도
보조 생식술, 대리모 시스템, 입양 플랫폼 등을 통해
가족을 구성하고 양육의 주체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엄마란 무엇인가’,
그리고 ‘모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물학과 신체 중심의 정의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이보그적 돌봄의 가능성과 긴장
기술이 돌봄의 일부를 수행하게 되면,
기존에 돌봄을 전담하던 여성의 노동 부담이 줄어들 수 있는 긍정적인 가능성이 생깁니다.
하지만 동시에,
돌봄이 기술화되면서 정서적 유대, 신체적 교감 같은
비가시적이고 감각적인 돌봄의 요소들이
효율성과 기능 중심으로 축소될 위험도 존재합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기술이 돌봄의 질을 바꾸는 방식에 주목하면서,
그 변화가 누구의 경험을 지우고, 누구의 권리를 확장하는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성은 관계인가, 구조인가?
모성은 단지 출산한 여성만이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돌봄을 수행하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아빠, 조부모, 비혼 여성, 트랜스 여성, 공동체 구성원 등
누구나 모성적 실천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모성’을
본능이나 역할이 아닌 관계적 실천이자 사회적 구성물로 바라보게 합니다.
사이보그는
이와 같은 정체성의 재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이며,
모성 역시 사이보그적 조건 안에서
기계와 감정, 신체와 네트워크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로 실천될 수 있습니다.
사이보그 모성은 돌봄의 윤리를 바꾼다
사이보그적 모성이 의미 있는 이유는,
그것이 기존의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는 모성 이데올로기를 넘어
공존과 연결, 선택과 구성의 윤리로서의 돌봄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돌봄의 주체를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진정으로 해방적이기 위해서는
누가 돌보고, 누가 돌봄을 받는지에 대한 권력 구조를 반드시 함께 성찰해야 합니다.
사이보그는 새로운 모성을 상상합니다.
그것은 ‘엄마’가 아닌,
돌봄의 책임을 공동으로 나누는 주체들 간의 윤리적 관계입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