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와 시간: 기술은 삶의 리듬을 어떻게 바꾸는가?
우리는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이 움직이도록 요구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알림, 업무 자동화, 실시간 피드백, 24시간 접속 가능한 온라인 환경 속에서
시간은 단순한 흐름이 아닌 끊임없는 반응의 압박이 되었습니다.
기술은 우리의 일상과 노동, 휴식과 감정의 리듬까지 조절하며
삶의 속도를 ‘재설정’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동시에 더 큰 피로와 불안을 안고 살아갑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이 기술적 시간 구조 안에서
누구의 시간이 존중되고, 누구의 시간은 침식되는가를 묻습니다.
기술은 시간을 ‘개인화’하는가, ‘표준화’하는가?
스케줄 앱, 알림 시스템, 시간 추적 서비스는
각자의 삶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하지만 이 기술들이 제시하는 시간 구조는 대부분
비장애인, 남성, 정규직, 고소득층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느리게 사는 사람, 반복해서 멈춰야 하는 사람,
육아나 돌봄으로 시간 사용이 예측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이 시스템은 오히려 부담이자 배제의 조건이 됩니다.
즉, 기술은 시간을 ‘개인화’한다는 명목 하에
사회가 요구하는 표준화된 리듬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사이보그적 시간은 일직선이 아니다
사이보그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넘는 존재이며,
그 삶의 방식 또한 전통적인 시간 질서와 다르게 흐릅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 보조기기를 사용해 일상 활동을 수행할 때,
그의 시간은 더디거나 불규칙하게 흐를 수 있습니다.
또는 다중 정체성을 가진 존재는
여러 사회적 요구 속에서 동시적이거나 충돌하는 시간을 살아갑니다.
사이보그의 시간은 이렇게 비선형적이고 유동적이며,
중단, 반복, 지연, 확장이라는 다양한 리듬으로 구성됩니다.
이러한 시간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 설계는
결국 사이보그적 존재를 ‘비효율적’으로 분류하고,
시스템 밖의 존재로 취급하게 됩니다.
시간의 권력은 누구에게 작동하는가
기술은 우리에게 시간을 줄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시간의 동원을 요구합니다.
퇴근 후에도 울리는 메신저,
일상을 끊임없이 기록해야 하는 SNS,
끊임없는 알림과 피드백 속에서
우리는 쉬는 시간조차 ‘관리’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특히 여성, 돌봄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비정규적인 시간 구조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기술로 인해 오히려 시간의 주권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기술이 만들어낸
‘끊임없는 연결’이라는 시간 감각 속에서
쉬어도 되는 권리, 멈출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어떤 시간 속에 살고 싶은가
기술이 시간을 다루는 방식은
단지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향성과 가치관에 대한 문제입니다.
사이보그적 시간은 일률적인 흐름이 아닙니다.
그것은 개별적인 삶의 경험, 사회적 위치, 신체 조건, 정체성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되고 존중받아야 할 삶의 리듬입니다.
기술이 진정한 해방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모든 존재가 자신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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