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디자인된 얼굴: 기술은 이상적인 외모를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이상적인 얼굴은 누가 설계하는가

최근 SNS와 광고, 이커머스 플랫폼에 등장하는 인물 중 상당수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얼굴, 즉 AI로 생성된 이미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생성형 AI는 수백만 개의 얼굴 데이터를 학습하여 ‘선호도 높은 외모’를 재구성하며, 기업들은 이를 모델로 활용해 홍보 효과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때 사용되는 얼굴은 대부분 대칭적이고, 피부 톤은 균일하며, 나이와 성별이 모호하거나 특정 인종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단지 기술의 효율성 문제가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어떤 얼굴이 ‘이상적’이며 ‘신뢰를 준다’고 여겨지는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결국 AI는 단순히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얼굴을 바람직하게 여겨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문화적 도구로 작동합니다.


얼굴 데이터는 어떻게 수집되고 사용되는가

AI가 얼굴을 생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대규모 이미지 데이터입니다. 이 데이터는 종종 동의 없이 수집된 SNS 사진, CCTV 영상, 공공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등에서 확보되며, 사용자는 자신이 어디서 어떻게 자신의 얼굴 정보가 쓰이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특히 얼굴은 개인의 정체성과 직접 연결된 고유한 정보이기 때문에, 그 활용은 단순한 개인정보 차원을 넘어 존재의 복제와 재조합 문제로 이어집니다. 이미 일부 플랫폼에서는 ‘내 얼굴과 닮은 가상의 모델’이 상품 광고에 등장하거나, 디지털 휴먼으로 재가공되어 상업적 콘텐츠에 활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얼굴이 개인의 것이 아니라, 기술과 기업이 소유하고 편집할 수 있는 자산처럼 다뤄지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기술은 외모의 다양성을 지우고 있다

생성형 AI는 다수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데이터셋에 편중이 발생하면 결과물 또한 획일화됩니다. 대부분의 얼굴 생성 모델은 백인 중심, 젊고 날씬한 얼굴, 뚜렷한 이목구비, 균형 잡힌 구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며, 이는 외모에 대한 기존 편견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반대로 주름이 있거나, 피부가 어둡거나, 특정 장애나 특징이 있는 얼굴은 ‘비표준’, ‘오류’, ‘잘못된 이미지’로 간주되어 필터링되거나 훈련 과정에서 배제됩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이 현상을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닌 기술을 설계한 사회의 기준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며, AI가 단지 이미지를 생성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미의식을 재생산하는 주체적 매체임을 지적합니다.


누구를 위한 얼굴인가

가상의 얼굴이 광고나 콘텐츠에 쓰일 때, 그 얼굴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소비자의 선호, 알고리즘의 클릭율을 고려해 설계됩니다. ‘예쁘다’, ‘신뢰 간다’, ‘지적이다’, ‘친근하다’는 감정은 얼굴의 특정 요소들과 결합되어 수치화되고 자동 조합됩니다. 그러나 그 조합이 정말 사람들을 다양하게 대표하는 얼굴인지, 아니면 일부에게만 익숙하고 편안한 얼굴을 반복하는 것인지는 검토되지 않습니다. 특히 비표준적 외모를 가진 사람들, 트랜스젠더, 성형인, 장애인, 노인 등은 이러한 AI 설계에서 자주 배제되며, 이는 보이지 않는 존재의 얼굴이 점점 더 기술에서 삭제되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얼굴은 모든 존재가 세상과 관계 맺는 통로이며, 기술은 그 통로를 좁히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됩니다.


얼굴의 윤리는 존재의 윤리다

얼굴은 단순한 신체 부위가 아닙니다. 얼굴은 관계의 시작점이고, 감정이 드러나는 공간이며, 사회 속에서 정체성을 수행하는 중요한 매개입니다. 기술이 그 얼굴을 만들고 편집하고 선택할 수 있는 시대라면, 우리는 얼굴을 어떤 존재가 발화할 수 있는 권리로 볼 것인가, 아니면 데이터로만 관리되는 시각적 자원으로 취급할 것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얼굴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방식’으로 바라보며, AI가 얼굴을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이 되었다면, 그 설계의 기준이 누구의 삶과 정체성을 반영하는지를 끝까지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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