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와 법: 신체가 바뀐 존재는 어떤 권리를 가질 수 있는가?
법은 오랫동안 인간을 규정하고 보호하는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그 ‘인간’은 누구를 기준으로 정의되어 왔을까요?
현대 법 체계는 대체로
생물학적 신체, 이성애적 성별 구분, 자연적 출생, 시민권을
기본 전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이보그는 이 모든 기준에서 벗어나는 존재입니다.
인공 장기를 이식한 몸,
보조기기를 통해 일상을 살아가는 몸,
젠더 이분법에서 벗어난 신체,
AI와 융합된 지능—
이러한 존재들은 기존 법이 상정하지 않았던 경계의 존재입니다.
법은 어떤 신체를 ‘정상’으로 보는가?
출생증명서, 주민등록번호, 여권, 보험 자격, 병역 의무 등
법적 제도는 신체의 상태와 정체성을 규정하는 문서를 통해 작동합니다.
문제는 이 문서들이
‘정상적인 남성’과 ‘정상적인 여성’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그 틀을 벗어나는 신체—예를 들어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인공 장기 이식자,
장애 보조기기 사용자—는
법적 인정에서 배제되거나 왜곡된 방식으로 규정됩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법이 신체를 규정하는 방식이
정체성과 권리의 실현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사이보그에게 법적 주체성은 가능한가?
만약 존재가 기술과 결합되어 있다면,
그 존재는 어디까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AI 음성 보조기를 통한 의사소통,
생체 정보 기반 인터페이스,
신체 일부가 기계화된 사용자 등은
전통적인 인간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지만,
명백히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이들이 법적 분쟁에 휘말릴 경우,
그 판단 기준은 기존의 신체 중심주의적 사고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지점에 놓이게 됩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법적 주체성이 ‘완전한 자연적 인간’에만 부여되어야 하는가를 묻습니다.
새로운 권리의 언어가 필요하다
법은 늘 뒤따라 변화합니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지만,
법은 그 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존재들을
제대로 포섭하지 못한 채 뒤처지기 일쑤입니다.
사이보그의 권리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 새로운 분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정상적인 인간’을 전제로 하지 않고,
존재의 다양성과 기술적 조건을 포함하는 법적 감각입니다.
사이보그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권리가 아니라,
존재로서의 인정입니다.
기술로 인해 바뀐 몸도, 구성된 정체성도
법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기본권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사이보그적 권리는 모두를 위한 권리다
결국 사이보그의 권리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상상력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어떤 존재를 인정하고,
어떤 기준으로 권리를 나누는지를 다시 묻는 작업입니다.
사이보그적 존재는 특이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는 미래의 예외가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하는 다양한 현실의 일부입니다.
그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결국 우리 모두의 권리를 확장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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