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자기 관리: 기술은 나를 건강하게 만드는가?

우리는 건강을 어떻게 측정하게 되었는가

스마트워치, 피트니스 밴드, 수면 추적기, 스트레스 측정 앱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더 이상 특별한 기술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손목에 기기를 차고, 매일 자신의 심박수, 걸음 수, 칼로리 소모량, 수면의 질 등을 확인하며 ‘건강을 관리’합니다. 이 기술들은 마치 개인 맞춤형 건강 코치처럼 작동하지만, 동시에 건강을 수치로 환원하고, 자기 감각보다 데이터의 판단을 우선하게 만드는 새로운 일상을 형성합니다. 우리는 점점 더 ‘기계가 말해주는 나의 상태’를 기준 삼아 자신의 몸을 해석하게 되고, 기술 없이는 내 몸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태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건강의 기준은 누가 설정하는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제공하는 건강 정보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알고리즘은 특정 체형, 특정 인종, 특정 연령대의 평균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그 기준에서 벗어난 몸은 ‘비정상’, ‘경고’, ‘주의 필요’로 표시됩니다. 예를 들어, 심박수나 수면 패턴이 평균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문제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기계가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 자신의 몸을 스스로 의심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 ‘정상에 도달’하려는 반복적 자기 규율을 수행하게 됩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이러한 과정을 기술을 통한 건강 관리가 자기 권한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통제와 자기 감시로 전환되는 구조로 해석합니다.


셀프 케어인가, 기술적 자아 감시인가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자기 돌봄’과 ‘자기 최적화’를 위한 도구로 제시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철저히 수치와 시각화된 지표를 통해 이루어지며, 사람들은 스스로의 몸을 점수화하고 경쟁하며, 건강을 목표화합니다. 운동을 몇 분 했는지, 수면의 질이 몇 점인지, 체중이 얼마인지가 중요한 지표가 되고, 이 지표를 기준으로 하루를 잘 살았는지 아닌지를 평가하게 되는 구조는 결국 몸의 경험이 아닌 기술의 수치를 기준으로 자신을 판단하게 만드는 시스템입니다. 이는 건강의 개념을 단순한 물리적 상태로 축소하고, 감정, 맥락, 사회적 요인을 배제한 채 개인 책임의 문제로 귀결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기술은 누구의 몸을 모델로 삼는가

웨어러블 기술은 일반적으로 젊고, 건강하고, 비장애인, 특정 체형을 중심으로 설계됩니다. 따라서 다양한 신체 조건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부정확한 측정값을 제공하거나, 아예 사용 자체가 불편하거나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박수 센서는 피부색이나 혈류 상태에 따라 오작동할 수 있고, 수면 추적 기능은 불면증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에게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기술 설계는 결국 기술이 지원하지 않는 몸은 ‘관리 불가능한 몸’으로 낙인찍는 구조로 이어지며, 이는 건강의 권리를 제한하는 기술적 배제의 한 형태가 됩니다.


건강은 기술이 아닌 관계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건강을 단지 물리적 지표나 숫자의 집합이 아니라, 몸이 사회적 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감각적 실천으로 봅니다. 기술은 건강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 도구가 모든 몸을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려 들 때, 그것은 자기 관리가 아니라 자기 통제로 전환됩니다. 진정한 건강은 나에게 맞는 리듬과 감각,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며, 기술은 그 다양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건강을 ‘감시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할 삶의 조건’으로 바라보는 윤리적 감각을 동반할 때만 진정한 자기 돌봄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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