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인식 기술과 자유: 기술은 나를 보호하는가, 감시하는가?
기술은 우리를 식별하고 분류한다
생체 인식 기술은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잠금 해제부터 공항 출입국 심사, 출퇴근 출석, 금융 인증, 심지어 아파트 출입까지도 얼굴, 지문, 홍채, 음성 등의 생체 정보로 이루어집니다. 표면적으로는 더 빠르고 편리하며 안전한 기술로 홍보되지만, 이 시스템은 동시에 우리를 지속적으로 식별하고, 기록하고, 분류하는 구조로 작동합니다. 즉, 생체 인식 기술은 단순한 인증 수단을 넘어서 개인의 움직임과 존재를 추적하는 감시의 수단이 되며, 이는 자유와 안전 사이의 긴장 관계를 낳습니다.
우리는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가
생체 인식의 편리함은 그만큼의 데이터 제공을 대가로 요구합니다. 얼굴 사진, 음성 패턴, 걸음걸이 정보, 심장 박동, 체온 등의 정보는 한 번 저장되면 삭제가 어렵고, 악용 가능성도 큽니다. 특히 해킹이나 유출이 발생할 경우 비밀번호처럼 쉽게 변경할 수 없는 생체 정보의 특성상, 한 번의 침해는 평생의 노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생체 인식 시스템은 사용자가 동의한다고 가정하지만, 그 동의는 ‘이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클릭하는 구조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기술 사용에 대한 자율적 결정권을 사실상 제한하고 강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누구를 더 많이 감시하는가
생체 인식 기술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일부 커뮤니티, 특히 이주민, 저소득층, 장애인, 비표준 신체를 가진 사람들은 기술적 오류나 차별적 데이터로 인해 더 쉽게 배제되거나 과잉 감시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어, 어두운 피부톤을 가진 사람은 얼굴 인식 정확도가 떨어지며, 특정 발음이나 억양을 가진 사용자는 음성 인식에서 오류가 더 많이 발생합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이처럼 기술이 ‘객관적’이라는 명목 아래 특정 몸과 목소리를 중심으로 설계되고 다른 존재들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는 점을 문제 삼습니다. 감시는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으며, 기술은 이미 사회의 권력 구조를 반영한 상태로 작동합니다.
자유는 선택이 아니라 구조다
기술이 우리의 자유를 보호한다고 말할 때, 그 자유는 정말 선택 가능한 것일까요? 예를 들어 공공기관이나 회사, 아파트가 생체 인식을 기본 출입 시스템으로 지정할 경우, 우리는 다른 선택지를 가질 수 없습니다. 이는 자유로운 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자유의 조건 자체가 구조적으로 사라진 상황입니다. 생체 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으면 일상적 공간조차 접근할 수 없는 현실은, 자유가 아니라 디지털 감시를 일상화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이며, 그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는지에 따라 개인의 자유는 보장되거나 침해될 수 있습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생체 인식 기술은 정치적입니다. 그것은 안전과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몸은 허용하고, 어떤 몸은 통제 대상으로 만들며, 정체성을 기술적으로 정의하고 그 정의 바깥에 있는 존재를 ‘에러’로 간주합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기술의 중립성을 부정하고, 기술이 이미 사회적 기준과 권력에 따라 편향되어 있음을 전제로 삼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기술을 거부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기술이 존재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설계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생체 인식 기술이 ‘나를 보호한다’는 말은, 그 기술이 누구를 감시하고 누구를 배제하는지를 함께 질문할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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