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특허: 생명체를 소유할 수 있는가?

유전자도 소유할 수 있는 시대

인간의 DNA가 특허로 등록되고, 종자의 유전자가 기업의 소유로 분류되는 시대입니다. 생명공학 기술은 유전자를 분석하고 편집하고 조작하는 수준을 넘어, 유전자 자체를 지적 재산권의 대상으로 삼는 체계를 만들어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전자 기반 진단 키트, 종자 개량 기술, 특정 질병과 연관된 유전자 서열 등이 기업에 의해 특허화되면서, 생명체 일부가 법적 소유 대상이 되는 구조가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 발전은 과학적 진보인 동시에, 생명이 누구의 것인가를 다시 묻게 만드는 윤리적 질문을 동반합니다.


생명은 상품이 될 수 있는가

특허 제도의 목적은 발명자를 보호하고 혁신을 장려하는 것이지만, 생명체의 유전적 구성요소가 특허 대상이 되면서 생명 자체가 산업의 부속물처럼 다뤄지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농업 분야에서는 특정 유전자 조합을 가진 종자가 특허화되면서, 농민들은 매년 씨앗을 새로 구매해야 하며, 저장하거나 재사용할 권리를 잃게 됩니다. 이는 기술이 생명 순환의 자율성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사례입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이런 구조를 단지 산업 논리가 아니라, 자연과 생명에 대한 지배적 사고방식이 기술을 통해 제도화되는 과정으로 비판합니다.


생명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인간의 유전자 정보 역시 상업적 활용의 대상입니다.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정보는 연구 목적으로 기업과 공유되며, 때로는 제약·보험 산업의 데이터로 전환됩니다. 이때 당사자는 자신의 유전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고,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권리 침해나 차별에 대비하기도 어렵습니다. 생명 데이터를 ‘익명화’했다고 해도, 정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정보 비식별화의 한계와 생물학적 프라이버시의 취약성을 드러냅니다.


기술은 생명의 정의를 바꾸고 있다

생명체의 유전자를 수정하고, 인공 생명체를 실험하며, 특정한 특성을 가진 생물을 설계하는 기술은 생명의 정의 자체를 재구성합니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생명체’와 ‘기술이 개입한 생명체’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으며, 우리는 이제 생명이란 무엇이며, 어떤 존재가 보호받아야 하는지를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생명을 물질이나 정보로 환원하는 기술적 시선을 넘어, 생명체가 지닌 관계성, 상호작용, 맥락 안에서의 존엄을 중심으로 생명을 이해하는 윤리적 전환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생명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기술은 생명을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지만, 생명의 의미를 대신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생명을 통제하고 상품화하는 방식이 과학 발전의 대가로 정당화된다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존재의 위계와 생명의 불평등 구조를 재생산하게 됩니다. 생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이며, 기술은 그 세계에 대한 도구적 접근이 아니라 존중 가능한 관계의 방식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생명에 대한 특허는 단순한 법적 행위가 아니라, 기술 사회가 생명과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를 결정짓는 정치적 실천이며, 우리는 그 결정의 윤리적 책임을 함께 감당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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