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돌봄: 우리는 기계를 신뢰할 수 있는가?

돌봄은 기술로 대체될 수 있는가

고령화 사회, 의료 인력 부족, 정서적 노동의 과중함 속에서 돌봄의 영역은 점점 기술에 의존하게 됩니다. 노인을 위한 말벗 AI, 감정 반응 로봇, 치매 환자 관리 시스템, 아이 돌봄 CCTV 등은 돌봄을 더 효율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는 명분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술이 인간의 손길과 감각을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동반합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돌봄을 단지 서비스나 기능이 아니라, 시간, 감정, 관계로 구성된 윤리적 실천으로 바라보며, 기계가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가를 기술적으로가 아니라 존재론적으로 묻습니다.


기술은 누구를 돌보는가

AI 돌봄 시스템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 상태를 분석하고, 반응을 조율하며, 필요를 예측합니다. 하지만 이 기술이 **‘누구를 위해 설계되었는가’, ‘어떤 돌봄이 이상적인 것으로 간주되는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비장애인, 특정 언어 사용자, 중산층 이상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은 그 외의 존재들에게는 오작동하거나, 돌봄 자체를 제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돌봄 기술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다가간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설계 안에 포함되지 않은 몸과 삶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돌봄은 예측이 아니라 응답이다

AI는 데이터를 통해 예측하고, 미리 대응하려 합니다. 그러나 진짜 돌봄은 정해진 매뉴얼보다 돌발적 상황에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감각, 즉 ‘이 사람이 지금 왜 이런 표정을 짓는가’를 이해하려는 윤리적 감수성에서 출발합니다. 기술은 효율적으로 돌볼 수는 있지만, 기계적으로 돌본다는 것 자체가 돌봄의 본질을 흐릴 수 있습니다. 사이보그적 존재는 돌봄을 기술의 대상이 아니라, 감정과 시간, 상호작용이 어긋나면서도 지속되는 ‘관계의 리듬’으로 이해합니다.


신뢰는 자동화될 수 없다

기술이 아무리 정밀해져도, 우리는 그것이 나를 ‘진짜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심합니다. 왜냐하면 돌봄은 신뢰를 전제로 작동하며, 신뢰는 반복된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인간적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기술은 예측 가능성과 정확도에 근거한 신뢰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돌봄은 정확한 지시보다는, 불완전한 이해 속에서의 따뜻한 응답입니다. 신뢰는 효율적인 알고리즘이 아니라, 실수와 기다림을 포용하는 감정적 공간에서 탄생합니다.


돌봄 기술의 방향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기술은 돌봄을 보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계가 인간의 감정을 흉내 내고, 관계를 흉내 내는 것을 돌봄이라 말해서는 안 됩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기술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기술이 돌봄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돌봄이 지닌 윤리성과 불완전성을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돌봄의 미래는 기술에 있지 않습니다. 기술이 감당하지 못하는 돌봄의 감정, 관계, 시간성에 대한 인식이 돌봄의 미래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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