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몸: 우리는 어떻게 측정 가능한 존재가 되었는가?

모든 몸은 숫자가 된다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데이터를 생성합니다. 걸음 수, 심박수, 수면 시간, 식단, 혈압, 스트레스 지수, 집중도, 칼로리 소모량까지 몸의 상태는 측정되고 분석되고 시각화됩니다. 스마트워치, 헬스 앱,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건강과 효율을 위한 도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몸을 ‘데이터화 가능한 존재’로 바꾸는 감시적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이러한 흐름을 단지 편리함이나 자기관리의 문제로 보지 않고, 몸이 기술에 의해 어떻게 ‘통제 가능한 구조물’로 재구성되는지를 질문합니다.


자기 관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건강한 삶’, ‘생산적인 하루’, ‘이상적인 몸’은 데이터 수치로 환산됩니다. 그러나 그 수치는 중립적이지 않으며, 대부분 비장애인, 젊은층, 남성, 백인, 표준 체형을 기준으로 구성된 건강 모델에 기반합니다. 결과적으로 그 기준에 맞지 않는 몸은 ‘관리가 부족한 몸’, ‘비효율적인 몸’, ‘정상에서 벗어난 몸’으로 분류됩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이를 몸에 대한 기술적 편향이자, 사회적 규범의 디지털 내면화로 바라보며, 자기 관리의 윤리 뒤에 숨겨진 몸의 획일화 압력을 비판합니다.


데이터는 몸의 진실인가

우리는 종종 수치가 높으면 불안해하고, 기준을 넘기면 안심합니다. 하지만 몸의 감각은 숫자와 항상 일치하지 않습니다. 몸은 변덕스럽고, 우연하고, 시간마다 달라지며, 컨디션은 설명할 수 없는 맥락들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데이터는 이런 복합성과 예외성을 포착하지 못한 채, 측정 가능한 것만을 ‘진짜’로 만들고, 그 외의 모든 신호는 무시합니다. 결국 몸은 자신이 느끼는 대로가 아니라, 기계가 보여주는 숫자에 따라 해석되는 존재가 됩니다. 이는 자율성의 강화가 아니라 해석권의 이전을 의미합니다.


측정은 통제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데이터화된 몸은 분석을 넘어서 통제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학교나 직장에서 집중도, 태도, 움직임이 추적되고, 보험사나 의료 기관은 데이터를 기준으로 요율을 조정하거나 서비스를 제한합니다. 이는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측정에 기반한 판단 구조가 사회 전반에 내재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사이보그적 관점은 기술을 거부하지 않지만, 기술이 ‘보이는 것’만 중요하게 만들고, ‘보이지 않는 몸의 이야기’를 삭제하는 위험성을 끊임없이 경고합니다.


우리는 데이터를 넘어 어떤 몸을 상상할 수 있는가

데이터는 도구일 뿐 진실은 아닙니다. 몸은 경험이고, 서사이며, 감각이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유동적 실체입니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은 몸을 효율적·표준적·측정 가능한 것으로 축소하는 기술적 상상력을 넘어, 측정되지 않아도 존재할 수 있고, 데이터로 설명되지 않아도 의미 있는 몸의 방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삶이 반드시 숫자로 증명되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록되지 않은 몸, 실패하는 몸, 기준에서 벗어난 몸 역시 하나의 완전한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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